소리없이 찾아오는 질병들
가슴 한 켠이 소리없이 무너져 내리고
시간이 흐르고 망상에 사로 잡혀
삶 또한 무너져 내린다.
나 홀로 사는 삶이 얼마나 외롭고
무서운 것인지 미처 알지 못했다.
하루도 이틀도 아닌 삼십여년
세월은 젊음을 데려가고
흰머리에 주름 가득한 소녀를
보냈다.
꿈 많았을 사춘기 소녀는 전쟁이 나기전의
넓은 호수를 기억 한다.
수 많은 소나무와 용의 전설이 있는 호수
그 넓은 호수엔 소녀의 꿈만 있는 것이 아니다.
소녀의 딸들
소녀의 아들이 소풍을 다녔고 학부형이 되어
소녀도 스카트에 빼딱구두를 신고 함께 했다.
젊은 날의 꿈은 딸,아들 키우는 것으로 바뀌었고
이젠 너희들이 날 보살펴야 한다는 훈장이 되었다.
심해져가는 소녀의 모습에서 어린날의 상처를 보고
남편없이 살아온 삽십년의 회한을 본다.
어디쯤 가고 있고,어디에 머물고 싶은걸까?
목소리 사근사근 낮고 남의 이목을 많이 신경쓰던
천상 조선여인 이었던 모습은 사라졌다.
전화기는 보물처럼 장농에 꼭꼭 숨겨두고
잊어 버리기가 다반사
때로는 충전이 되어 있지 않아 꺼지기 일수
소녀의 눈동자는 슬프다.
위로 하고자 하나 위로가 되지 않는다.
혼자인것이 무섭고, 창밖의 흔들리는 나뭇가지들이
옷을 벗고 달려드는 불량배가 되고
누군가 늘 지켜보는 것 같아
커텐이 창문을 가려버린지 오래다.
자식들도 이젠 같이 늙어 간다.
희디흰 머리카락은 염색으로 가리고
하나 둘 빠지는 치아는 임플란트가 자리한다.
사는것이 고달프다고 하나 둘 아파하고
병상을 오가는 모습들이 애처롭다.
행복은 어디 있니?
행복은 지금,여기,너와 내가 머물고 있는 이 자리
볼 수 있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그 자리에
머물러
더 이상 나빠지지 않기를
더 이상 환상속을 헤매지 않기를
웃는 얼굴로
환하게 웃는 얼굴로
남은 삶이
빛나기를
그 자리가
함께 머물고
나누는
소중한 곳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