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며칠 뒤에는 영하로 떨어진다는 예보도
나왔다.
내가 키우는 이끼에 얹혀사는 잡초가
꽃을 피우고 있다.
"어쩔려구?"
꽃이 핀다는 반가움은 걱정으로 변했다.
봄에 피어나 오랫동안 살다가 씨를 퍼뜨리고
제 역할을 끝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지게될까 염려스럽다.
계잘을 혼동하고
계절을 잊고
생명들이 고개를 내밀었다
사그라지는 모습들은
어쩌면 우리의 삶이
그렇게 변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늘에서만 자라던 이끼에 곰팡이가
가득하다.
맑은 공기를 선사하던 이끼는
버려지기 직전이다.
햇볕이 필요했던 이끼가
그 빛을 받지 못하니
몸부림 치고 있다는
흔적을 남긴 것 일게다.
자연은 변화에 민감하고
인간은 그 변화에 둔감하다.
과학의 발전이
산업의 발전이
인간에게 풍요로움을 주었을까?
과학은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했지만
날개를 꺾어 버렸고
산업은 지구의 새명을 병들게 했다.
인간은 자연의 생명들을
돌연변이로 만들었고
그것을 인간에게 돌려주고 있다.
"난 봄꽃? 아니면 가을 꽃?"
정체성을 잃고
어느날엔가는 자신을 잃게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제때 피고
제때 지는 꽃이 그리워 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