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 제천의 한 카페에서 가족들과 함께

시간이 흐른다.

흐르는 시간속에서 어머니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사라져 간다.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어머니가 일어날 수 있는 시간은

식사를 하실때,식사를 마친 후

그리고 자식들이 찾아와 외출이라도 할때이다.

가끔 

어머니를 만나면 어머니를 귀찮게 한다.

"내가 누구야?'

"이 사람은 누구야?"

"가고 싶은 곳은 어디야?"

돌아오는 답은 단답이거나 들을 수 없는 침묵이다.

"아들~"

"며느리~"

"사위~"

아토피로 가려움을 심하게 느끼는 체질이라

가려우면 긁지 않고는 버티지 못한다.

엉덩이 주위는 살이 떨어져 나가고 상처가 아물만 하면

또 긁어 상처가 재발하곤 한다.

어머니의 기억은 어쩌면 어머니가 생각하는 가장 어린시절로 

돌아가 있는 것은 아닐까?

제천에서의 기억들을 떠 올리면서 

"의림지 가자~"

노래 아닌 노래를 부르던 시간들이 어느새 일,이년이 지나 갔다.

이제는 어디 가자는 소리를 안하신다.

멀어져가는 기억들 속에 

어머니의 시간은 어디를 헤매고 있는 것일까?

이젠 어머니의 사후를 이야기 한다.

돌아가시면......

어디에 모실 건지..

장례 절차는 어떻게 할 것인지...

어머니를 모시고 있는 동생의 고통 또한 작지 않음을 알기에

그 또한 걱정이 된다.

살아가면서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 할 수 있다면 그것도 복이라고 했다.

동생들이 아픔도

떠나가는 어머니가 가슴에 남아 슬픔의 세월을 보내야 할 가족들도

조금은 준비가 필요할 때이다.

사랑으로 자식들을 위해 살았고

십수년 자식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기억을 잃어가는 어머니

작은 것에서 기쁨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함께하는 추억이 하나 둘 더 생겨날 수 있도록

뵐 수 있는 기회를 더 만들어야겠다.

 

밤이 깊어 간다.

어머니의 방이 그리운 시간이다.

조약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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