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하나를 끝내고나면 또 다른 하나의 걱정이
찾아오나 보다.
봄에 시작되는 걱정
밭을 갈고 고랑을 만들 걱정에서 시작되는
근심은 기운떨어질 나이가 먹어갈수록
더해간다.
팔순이 넘어버린 나이에 농토를 놀릴수 없다는
것에서 시작되는 염려가 머릿속을 가득채워
꼬리에 꼬리를 무나보다.
트렉터가 고랑을 만들면 고랑이 낮아 고랑을
높이는 걱정, 높이고 나면 비니루씌울 걱정,
비니루 씌우고 나면 묘종 살 걱정,묘종을 사다
심고나면 잘 자랄까 노심초사
계절이 바뀌어 수확이 끝났다.
걱정도 끝이나야 하는데 아직 걱정은 계속되고
있다.
가마니로 팔아야 하는데로 시작되는 걱정에서
가격 걱정까지~
조금만 내려 놓으면 편할텐데 싶다가도
평생을 저렇게 농사지으며 자식들이
같이 늙어가는 나이가 되도록 내려 놓지
못하는 것을 보면 안타까움이 앞서
밭으로 가게 된다.
평생 지어보지 않은 농사
덕분에 조금씩 농토에서 나는 것들이
소중하게 느껴지게 된다.
밭고랑을 만들고 비니루를 씌우고
묘종들을 하나씩 옮겨 심으며
인건비도 안되는 농사일이 얼마나
보람되고 흐뭇한 일인지도 깨닫고 있다.



천평 남짓 밭에 들깨를 심고. 수확하기까지
수없이 많은 노동력이 투입되는지 알고 나니
들깨 한알 한알이 귀하게 느껴진다.
그렇게 수확한 것이 일곱 가마(350kg )남짓
걱정으로 살면서 수확 걱정하던 모습
지쳐 밭에 큰대자로 누워 계시던 모습
내년엔 볼 수 없을듯 하다.
사먹는 입장에서 비싸다고 생각하던 것들이
나의 사치는 아니었을까?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 농사에 구슬땀 흘린것이
수확량보다 많을텐데...
시골로 가 노인네들 뒤치닦거리를 하는
아내를 보다보면 한편으로 대견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안스럽다.
그러다보니 나도 시골로 향하는 발길이 잦아졌다.
오늘도 시골에 가야 한다.
나를 반겨 맞아줄 수박이(개)가 있고
퉁명하지만 반겨 맞아주는 노인네들이 있는 곳
걱정없는 시골이 되길 바래보며
농사꾼들이 부자되는 세상을 바래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