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서장

어머니의 편지

산아이 2021. 5. 11. 01:35

글을 쓰신지가 언제인지...
치매를 앓고 계신지 수년이 흘렀다.

어느날부터 말수가 줄고 대화를 해도
단답형인 어머니가 자식들에게 편지를 썼다.

이제는 화를 내는 것도,난폭함도 점점
힘을 잃어 간다.

얼굴엔 근심도 걱정도 기쁨도 찾아보기 힘들다.
무표정한 얼굴,말을 잃어 가는 어머니가
편지를 썼다.

건강이 제일이라고,조심하라고
당신의 남은 기억을 끌어모아 정성을 다해
소원을 빌듯 그렇게 한자 한자 눌러서 소망을
담았다.

어머니의 살아온 삶이 행이었을까?
불행이었을까?
우리네 어머니들은 한많은 삶을 살아 홧병을
아고 산다했다.
나의 어머니 또한 다르지 않을 것이다.

수많은 삶의 이야기들이 있어도
결국엔 자식걱정으로 마무리되곤 한다.

어머니의 젊은 날이 엊그제 같은데
이젠 같이 늙어 간다.
머지 않은 날에 나의 모습을 하고 계신지도
모른다.

언제쯤이면
치매란 병은 사라질까?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을 지워주기만
한다면 치매가 반가울텐데...
모든것을 하나 하나 지워나가는 것을 보면
그 기억들이 다 지워지는 날
그날이 삶을 다 하는 날이 되는 것은 아닌지

치매를 앓고 있지만 자식들은 어머니와의
추억들을 차곡차곡 쌓으며 그 날을 준비한다.
후회가 조금은 덜 되도록...